![]() 길고 길었던 지하철공익생활이 끝났다...... 원래는 2월 2일에 소집해제일이지만...... 아껴뒀던 연가 15일과 이런 저런 휴무를 쳐서 이제 더이상 근무를 하지 않는다....... 지난 2년여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동안을 돌아보며 감개무량하고도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마지막 승강장 근무를 서고 매표실로 올라왔다........ 거기서 끝났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지하철은 마지막 날까지도 날 괴롭혔다........ 매표실 문을 닫다가 손가락이 찡겨버렸다....... 장갑을 벗어보니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손톱이 점점 보라색으로 변하면서 피가 고이기 시작했다....... 장갑을 끼고 있어서 그나마 덜다친거지 장갑을 끼고 있지 않았으면 손가락뼈 으스러질 뻔했다........ 다음날 병원가서 엑스레이 찍고 메스로 손톱잘라내서 고인 피 뽑고 지금 붕대로 돌돌 감아놔서 타자치기 힘들다...... 액땜 한 번 제대로 했다......... 아무튼 공익 끝!!!!,............. ![]() ![]() 승강장에 싸움이 났다고 신고가 들어왔다....... 내려가보니 역시 사람들이 싸움구경하느라 많이 몰려있었고 그 중앙에서 가짜금목걸이 파는 잡상인과 어떤 아저씨가 멱살 붙잡고 싸우고 있었다........ 싸운 원인은 지극히 소소하다...... 잡상인이 목걸이를 팔때 절대 도금 안 벗겨진다고 장담했고 그걸 사갔던 아저씨는 수 개월만에 도금이 벗겨져서 환불해달라고 찾아왔는데 잡상인이 환불 안해주자 싸움이 난 것이다........ 그저 골치아플 뿐이다....... 일단 역무실에 데려와서 직원이 잘 타일렀는데 이제는 직원을 걸고 넘어진다......... 왜 역에 잡상인이 설치게 놔뒀냐는 것이다........ 관리소흘, 직무유기, 근무태만 등등의 거창한 말을 내뱉으며 직원을 협박했다....... 우리가 24시간 승강장에 상주하고 있을 수도 없는거고 간간히 순찰돌아서 잡상인들 쫓아내도 금방 다시와서 장사한다........ 승객들은 역무원들이 무슨 슈퍼맨이라도 되는 줄 안다........ 승강장을 돌다가 안경을 닦으려고 벗었다....... 승강장 반대쪽 끝이 뿌옇게 흐려서 안보인다.......... 눈 때문에 공익왔는데 그동안 눈은 더 나빠졌다....... 망할 먼지바람, 당직근무, 열차전조등, 안구건조증, CCTV전자파 덕분이다........ 요새 우리역에 여자노숙자 두명이 돌아다닌다......... 처음 봤을 때는 가수 인순이처럼 퍼머한 흑인인 줄 알았다........ 근데 가까이서 보니 머리는 안 감아서 떡져서 사방으로 뻣쳤고 얼굴은 씼질 않아서 검게 때가 낀거였다....... 둘이서 양손에 비닐봉지에 뭔가를 가득 담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또 못보던 뉴페이스 노숙자가 있다....... 30대의 젊은 놈인데 이게 갓 노숙계에 입문해서 뭘 모르는지 막차가 끝나고 역폐쇄시간까지 분수대 벤치에 누워서 안나가고 있다...... 기존의 노숙자들은 이미 셔터 밖으로 나간 상태...... 나가라고 하며 잡아 끌어봤으나 벤치를 손으로 꽉 붙잡고 안놓는다......... 결국 후임이랑 같이 잡아뜯고 양쪽에서 들어서 잡아끌고 셔터 밖으로 내쫓았다........ 나가서 어슬렁 거리다가 바로 기존의 노숙자들에게 쫓겨서 밖으로 나갔다........ 이 세계도 텃세가 심하다..... 막차 끝나고 셔터를 내리는데 어떤 술취한 아저씨가 후임에게 왜 내쫓냐며 욕을 해댔다........ 우리야 일상적으로 겪는 일이니 그냥 가볍게 무시하며 내보냈지만 노숙자대빵이 오더니 그 술취한 아저씨를 막 욕했다...... '공익도 사람인데 왜 욕을 하냐'라며....... 그렇게 둘이서 한참 동안 서로를 욕하며 싸웠다....... 우리역에도 괴담이 있다....... 후임하고 야식먹으며 대화를 나눴는데 괴담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다...... 밤에 후임이 침실에서 자다가 구둣발소리와 슬리퍼 끄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물론 후임말고 침실에는 아무도 없을 때다...... 그 뒤로 후임은 침실에서 잠을 안잔다고 한다........ 전역한 선임도 침실에서 자다가 "따가닥 따가닥"거리는 손톱으로 바닥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나서 침실에서 안 잔다고 한다..... 물론 난 여태까지 침실에서 잘만 잤다....... 지하철 공익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직업병에 걸렸다......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지 못하겠다......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몰라서 항상 긴장 속에서 근무하다보니....... 매일 승강장근무 할 때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면서 보고, CCTV 볼 때도 수 십대의 모니터 앞에서 계속 시선을 돌리다 보니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는 직업병이 생겼다........ 이거 누가 보상안해주나........ 우리역 터널에서 또 불이났다......... 이번이 세번째 화재다........ 쉬는 날이라 아는 애들 만나고 밤늦게 막차 바로 전 열차 타고 집에 들어오는데 열차가 우리역 전에서 갑자기 정차를 하는 것이다....... 터널내 화재 때문에 잠깐 정차한다는 차내방송이 나왔다......... 20분 쯤 후에 터널내 화재 때문에 열차 운행 안하니 나가서 다른 교통수단이용하란다...... 결국 나가서 1700원짜리 좌석버스를 타고 집에 갔다........ 다음날도 쉬는 날이었는데 지나가는 길에 역에 들려보니 후임이 말하길 역장이 토요일인데도 출근하고 지금 난리가 났다고 한다...... 이번 화재도 잘 덮어서 매스컴에 나오지 않았다........ ![]() 승강장천장에서 물이 새고 있어서 거기 벽에 안내문을 붙이러 후임과 같이 승강장에 내려갔다....... 그런데 뭔가 타는 냄새가 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노숙자 하나가 승강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 노숙자가 불장난을 했는지 노숙자 발 밑에는 종이 하나가 불에 타고 있었다...... 여기서 뭐하는 거냐고 소리지르며 얼른 불을 밟아 끄고 담배를 빼앗으려했다...... 노숙자는 손가락으로 담배불을 끄고 아직 장초인 담배를 뒤로 감췄다...... 좀 뜨거웠을 텐데 대단하다....... 요즘 연말이라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지 아니면 송년회다 뭐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사람들이 선로에 떨어져서 다치는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 도시철도 5678호선에서만 하루에 2~3건씩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는 상황보고가 올라온다...... 역장은 아주 작정을 하고 우리를 달달 볶는다......... 인디안 아줌마....... 우리역에서 자주 보는 장애인 중에 이국적으로 생긴 정신지체 아줌마가 있다....... 큰 눈에 까만 피부에 머리를 뒤로 묶은게 꼭 인디언처럼 생겼다.... 인디언 아줌마는 우리역에 올 때마다 꼭 매표소 직원들을 귀찮게 한다....... 개찰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주워 모은 폐표들을 매표소 직원에게 준다.... 그러면서 어눌한 말투로 '다음에 또 모아서 줄께'라고 한다..... 가끔씩 먹을 것도 주고 간다..... 빵, 귤, 캔커피 등등...... 고맙긴한데 좀 귀찮다........ ![]() 저녁에 출근해서 역무실로 들어가니 지난 간밤에 사상사고가 났다고 한다........ 12시 30분.... 30대의 남자가 막차가 들어올 때 뛰어내렸다고 한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병원에 이송될 당시까지는 질문에 대답도 하고 멀쩡한 상태였다고 한다.......... CCTV녹화본을 봤다....... 들어오는 열차 그 열차 바로 앞으로 뛰어내린 남자는 그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열차에 바로 치였다....... 막차라 천천히 운행을 했는지 열차는 급정거해서 5미터 정도만 가고 멈췄고 당시에 근무하던 직원들과 공익들이 열차 밑에서 꺼내서 들것에 싣고 병원에 이송시켰다......... 머리를 세게 부딛쳤는지 귀에 출혈이 있고, 손에는 화상, 다리는 골절...... 열차에 치이고도 살아있는게 용하다........ 이번에 내가 이곳에서 근무한 후 세번째 사상사고다....... 별로 놀랍지도 않고 그저 나중에 역장한테 잔소리 들을 생각하니 짜증만 났다......... 역장은 잘하든 못하든 잔소리부터 하거든....... 지하철은 갑, 을, 병 이렇게 세 개의 반으로 구성 되있는데...... 작년 9월 갑반에서 사상사고 났고, 지난 6월 을반에서 사상사고 났고, 이번에 병반에서 사상사고 난 거다......... 그 세 건의 사고장소는 모두 8호선 차량 6번칸 지점으로....... 똑같다........ 집에 와서 뉴스를 보니 그 다음날 밤 11시 45분에도 신길역에서 만취한 30대 남자가 선로로 추락했지만 승객들이 구했다고 한다....... 선로추락이야 늘상 있는 일이다....... 어떤 사람이 승강장 비상전화로 혀가 꼬인 목소리로 역무실에 전화를 걸어왔다......... 술 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 자폐장애인이었다....... 자기가 역근처 찜질방가지 가야하는데 안내 좀 해달란다........ 찜질방에 전화를 해서 대략적인 약도를 얻고 자폐장애인을 데리고 나왔다........ 가는 내내 자폐장애인은 혼자 중얼거리다가 주윗사람들에게 말 걸다가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는 등 산만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한참을 가서 찜질방에 데려다 주고 왔다....... 역근처에 찜질방 위치를 그 날 처음 알았다........ 막차를 보고 셔터를 내리고 난 후 후임이 셔터 밖의 아줌마랑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걸 발견했다....... 가보니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화장이 짙은 술에 만취한 아줌마가 후임에게 치근덕거리고 있었다........ 후임보고 나가서 같이 자자고 한다....... 무시하고 돌아서는데 역 안에서 야간에 공사하는 작업자가 나가야 한다고 쪽문을 열어달란다....... 쪽문을 열자마자 아줌마가 비집고 들어왔다........ 나가라니깐 막무가내로 버티면서 자기를 책임지란다.......... 억지로 밀어서 밖으로 쫓은 다음에 문을 닫고 계속 궁시렁리는 아줌마를 무시하고 역무실로 돌아왔다...... 당직근무를 하는데 역무실 옆 셔터를 누군가 한 시간 정도 셔터를 발로 차고 두드리며 셔터열라고 난동부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역시 무시했다.......... ![]() ![]() 나 쉬는 날에 후임이 취객한테 싸다귀 맞았단다...... 후....... 그저 공익이 제일 만만하지...... 맞은 후임도 성격 좀 있는데 이상하게 고소는 안했다고 한다...... 또 노숙자가 다 죽어간다고 신고가 들어와서 상태보고 119랑 112랑 연계해서 시립병원으로 싣고 갔다......... 다른 노숙자 말을 들어보니 2일 전에 왔는데 술 외에는 아무것도 안 먹었다고 한다.......... 비쩍 마른 노숙자는 호홉곤란을 호소했다........ 쪼글쪼글하게 말라비틀어져서 70살 먹은 할아버지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경찰이 확인해보니 50대란다....... 이리 저리 빌어먹다가 기력 떨어지면 차가운 바닥에서 종이박스 깔고 죽기만 기다리는 인생......... 우리역이 전화친절도조사 1위를 먹었다....... 역장은 좋아서 싱글벙글.......... 원래 이전에는 최하위권이었다........ 맨날 사고 터지고 바빠 죽겠는데 어떻게 전화를 굽신거리며 친절하게 응대해주나.......... 그래서 내린 역장의 특단의 조치........ 역에 걸리는 전화를 모두 역장전용 전화기로 오게 돌려놨다........ 역장이 역무실에 있을 때 걸려오는 전화는 다 역장이 받아서 처리한 것이다......... 그래서 결과는 1위........ 인간승리의 눈물겨운 드라마다....... 결벽증이 있는 사람 같다......... 아침 러시아워시간에 승강장에 이상한 사람이 나타났다......... 목도리를 얼굴에 두르고 술에 만취해서 가방에는 약봉지들과 소주병이 잔뜩 들어있다...... 이상한 소리를 웅얼거렸다...... 바로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해도 이상할 거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아저씨였다........ 그래서 후임이 옆에 붙어서 한 30분 정도 계속 나가든지 열차타고 가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계속 헛소리....... 결국 나까지 내려가서 한참을 달랜 후에야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다......... 근데 그걸 역장이 보고 나중에 역무실로 올라와서 노발대발했다...... CCTV녹화본을 일일이 돌려보면서 후임이 러쉬시간에 승강장 근무한 것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승강장 근무나 서지 왜 이상한 사람 붙잡고 있으며 시간만 보냈나고 막 성냈다........ 그런건 역무실에 맡기고 승강장 절대로 비우지 말라고 한다.......... 그리곤 퇴근 후 직원들과 공익들 다 모아놓고 일장연설 잔소리........ 아니 자살방지보다 승강장 CCTV에 근무하는거 찍히는게 더 중요하냐고......... 정말 꽉 막힌 사람이다........ ![]()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코가 막힌 것처럼 맹맹해서 들이마셨는데 갑자기 목에 뭔가 걸렸다...... 재체기를 해서 뱉어 냈는데.......... 그건 직경 1.5센치미터 정도 되는 끈적끈적하고 걸쭉한 시커먼 덩어리....... 먼지천국 지하철....... 최근 가락시장역 쪽에서 야간근무 취침시간 때 직원이 침실에서 자다가 그대로 돌연사했다고 한다........ 근데 업무상재해가 적용 안되서 보상을 못받는단다........ 그것도 억울하지만 같이 근무하던 동료직원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역시 공익복을 입고 있으면 개나 소나 다 무시한다............ 퇴근 전에 역무실로 복귀하려고 올라가고 있을 때....... 역무실 앞 중앙광장에서 아줌마와 아저씨가 멱살잡고 싸우는 걸 발견했다....... 역시 나는 말렸고 바로 역무실에 연락을 했다....... 내가 중간에서 둘 사이를 떼어 놓으니 아줌마는 도망을 갔다...... 갑자기 아저씨가 내 등짝을 퍽 치더니 나 때문에 아줌마가 도망갔다고 책임을 지란다......... 어이 없어서 가만히 있으니깐 이번에는 내 멱살을 잡는다...... 그리곤 걸쭉하게 욕설을 늘어놨다..... 이거 놓으라고 좋게 좋게 말해도 들어처먹질 않았다........ 결국 직원들이 와서 아저씨를 떼냈고 직원들은 나보고 잠시 대기실로 피해있으라고 했다....... 대기실에서 한 20분 정도 있으니 전화가 왔는데 그 아저씨가 역무실에서 개깽판을 쳐놨고 경찰들이 오니 자꾸 나를 걸고 넘어지고 있어서 나보고 파출소 가서 진술서를 쓰고 오란다...... 파출소 가보니 그 아저씨가 경찰들한테도 소리지르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 아줌마와 아저씨는 불륜관계였고 아저씨가 자꾸 아줌마돈을 갖다 쓰고 안돌려줘서 아저씨의 핸드폰을 담보로 갖고 있으려고 싸우는 와중에 내가 말려서 아줌마가 핸드폰을 갖고 간거란다.......... 나는 불륜대머리아저씨의 지랄발광을 들으며 진술서를 써갔다...... 경찰이 맨마지막 줄에 저 아저씨를 고발할지 안할지를 쓰란다..... 기분은 더럽지만 별로 다친 곳도 없고 제일 큰 이유로 경찰서 불려가기 귀찮기 때문에 고발하지 않았다......... CCTV에도 찍혔으니 내가 나쁜 마음먹고 날카로운 걸로 목 좀 긁고 이거 아저씨가 멱살 잡아서 생긴 상처라고 밀어붙이면 아저씨는 빼도박도 못하게 돈 좀 뱉어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정도로 세상 각박하게 살고 싶지 않다.......... 내가 고발하지 않기로 하니깐 징징거리던 불륜대머리는 뚝그치더니 실실 쪼개며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악수를 청해왔다........ 그땐 진짜 패죽이고 싶었다.......... 다시 고발해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고발 안한다는 각서에 서명과 지장을 찍어버린 상태......... 결국 퇴근은 한 시간 늦춰졌다....... 더럽다........ 내가 사복입고 있으면 누가 감히 내 멱살 잡는 일은 없는데....... ![]() 우리역에는 원형광장이 있다...... 만남의 장소로 자주 쓰이고........ 또 비보이들이 자주 와서 춤추곤 한다...... 나름 명물인데 아저씨 직원들은 싫어한다...... 매표소 앞에서 정신 사납게 음악틀고 춤추고 간간히 시끄럽다고 승객들로부터 민원도 들어와서 귀찮게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직원들이 시켜서 내가 매번 비보이들에게 찾아가서 음악소리 좀 낮추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원형광장 기둥마다 저렇게 금지문이 붙었다...... 스피커도 못틀게 원형광장으로 통하는 콘센트 전기를 다 끊어버렸다...... 그 뒤로 비보이들은 멸종했다...... 여기 비보이들은 내가 고등학교 다니기 전에도 모여서 춤췄을 만큼 역사가 길다....... 종이절약을 위해 서류전산화정책을 시행한지 꽤 되었다....... 모든 서류결제는 전산망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그래서 관리소에서 정기적으로 보급해주던 A4용지가 오래 전부터 보급이 안되고 있다........ A4용지가 필요하면 역에서 자체적으로 사서 써야한다....... 그런데 우리 위대하신 역장께서는 서류전산화는 무시하고 무조건 서류를 출력해서 결제해야만 직성이 풀린단다....... 컴퓨터전산망에서 결제하면 되는 걸 괜히 종이낭비시키는 거다....... 출력해서 결제를 해봤자 본사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그냥 폐기할 수밖에 없다....... 역장 자기만족을 위해서다........ 기술은 21세기 인데 그걸 쓰는 사람은 아직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경찰 2명과 아저씨 1명이 역무실로 찾아왔다.... 그 아저씨가 지난 새벽에 술에 취한 상태에서 노숙자들에게 삥을 뜯겼덴다........ 그래서 CCTV녹화본 확인할 수 있겠냐며 온 것이다...... 아 역시 우리역 노숙자들 대단하다..... 드디어 사고쳤구만...... 녹화본 보여주면서 경찰들에게 노숙자 리더의 인상착의와 노숙자들이 주로 어디에 모여있는지 등등 수사에 도움될만한 걸 설명해줬다........ 나중에 경찰이 떠나고 역무실에 돌아오자 부역장님과 대리님이 다음부터는 경찰 왔을 때 녹화본만 보여주고 아무소리하지 말라고 충고를 들었다........ 괜한 소리했다간 나중에 취조에 불려나가서 귀찮아 질 수도 있으니 원래 그런 일에는 그냥 입 꼭 다물고 있는 거란다...... 쩝..... 아직 세상을 편하게 사는데 익숙해지지 못했나보다...... 갑자기 화재 경보가 울렸다....... 역무실에 있었던 나는 놀라서 재빨리 CCTV를 여기저기 돌려보며 화재난 곳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관제센터에서 무슨 일이냐며 전화가 왔다....... 아래층에 있던 후임에게서 무슨 일이냐며 전화가 왔다...... 설비관제에서 무슨 일이냐며 전화가 왔다..... 전기분소에서 무슨 일이냐며 전화가 왔다...... 승강장에서 승객이 무슨 일이냐며 빨리 안내방송해달라고 항의전화가 왔다....... 정말 눈코 뜰새 없이 정신없이 바빴다...... 결국은 기계 오작동으로 판명나서 다행이다....... 퇴근 전에 아랫층 매표소의 직원이 이상한 놈 나타났다고 내려와 보란다......... 가보니 용역실 쪽 통로 안에 어떤 노숙자가 바지를 내린 채 성기를 꺼내놓고 앞으로 엎어져 있었다......... 정신이 이상한 노숙자가 거기서 똥을 누고 그대로 앞으로 엎어져서 자고 있던 거다....... 깨워봤지만 정신을 못차리고 이상한 소리만 웅얼거렸다........ 용역아줌마들이 보기 흉하니 내게 고무장갑을 주면서 바지 좀 올려달란다..... 올려줬다...... 경찰과 119에 신고해서 시립병원으로 이송하게 했다...... 나중에 용역아줌마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그 노숙자가 방금 소화전 비상벨을 눌러서 화재 경보기를 울린 장본인이란다........ 참 가지가지한다.... 덕분에 퇴근이 15분씩이나 늦춰졌다........ ![]() 막차보려고 후임과 승강장을 훑으며 돌아다니면서 취객들을 깨우는 데 승강장 중앙에 어떤 아저씨가 서 있었다....... 아저씨는 두팔을 쫙 벌리고 안전선 밖에서 아슬아슬하게 뛰어내릴 포즈를 잡고 있었다........ 천천히 다가가면서 뒤로 물러나라고 소리질렀지만 말을 듣지 않아서 가까이가 뒤로 잡아 끌었다.......... 아저씨는 취해서 눈이 풀린 채 횡설수설했다...... 비틀거리면서 존댓말하다가 또 반말하다가 씨벌놈이라고 욕하다가 사과하다가...... '나 김XX야 김XX. 나 죽지않아. 죽지 않아요. 씨발놈아 안죽는다고. 아 죄송합니다~ 정말"....... 이런 식의 말만 계속 반복했다...... 대충 맞장구쳐주면서 열차 오기 전까지 후임과 양 옆에 바짝 붙어있었다........ 열차 타고가기 전에 그 아저씨가 명함을 줬는데 우리역 근처 출판사의 작가이자 편집자더라........... 지식인도 술 들어가면 주정뱅이가 되는 건 마찬가지다..... 물론 명함은 고이 접어서 버렸다......... 수능날........ 비상대기근무로 역장이 평소보다 이른 새벽 6시에 출근했다....... 덕분에 당직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바로 승강장근무를 했다......... 아침 7시쯤 되니 수험생으로 보이는 많은 학생들이 지하철을 타려고 모여들었다..... 내가 수능 봤던 5년 전이 떠올라서 괜히 수험생들이 측은해 보였다........ 나중에 역장하고 교대하고 올라와서 퇴근 전까지 CCTV 앞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커피를 아무리 진하게 타서 마셔도 밤샘당직 후 쏟아지는 잠은 못 막는다........ 지난 한 달 사이에 6명이 지하철에서 투신자살했다....... 퇴근 전 역장은 출근반과 퇴근반 공익들을 모아놓고 매번 하는 소리인 승강장근무 철저히 하라는 잔소리를 늘어놨다......... 잔소리를 축약해 보면 이렇다 "사고나면 제일 먼저 니네가 어디서 근무했는지부터 확인하니깐 징계먹고 싶지 않으면 근무 똑바로 해라.".......... 이미 수도 없이 들은 말이지만 새삼스럽게 기분이 더러워졌다........ 수능이 끝난 후....... 이제는 제발 수험생이 성적비관으로 지하철에서 투신자살하지 않기를 비는 것만 남았다....... ![]()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역장이 부르더니 오늘 본사에서 역내환경청결도 조사팀이 온다고 했다....... 덕분에 청소용역 아주머니들은 풀가동된 상태..... 역장은 조사팀이 와서 캐비넷 안까지 볼지 모른다고 캐비넷 안을 싹다 꺼내서 정리하란다........ 출근 후부터 점심먹을 때까지 반나절동안 역무실과 캐비넷을 정리했다...... 오랫만에 정리를 해서 그런지 쓸데없는 쓰레기들이 엄청 나왔다......... 오후에 조사팀이 왔다....... 역장하고 역무실에서 소파에 앉아 10분정도 인사치례 수다만 떨다가 그냥 갔다........ 내가 반나절동안 정리한 캐비넷 안은 쳐다보지도 않고 갔다..... 아예 역무실 자체의 청결도에 관심조차 없었다....... 왠지 슬펐다...... 퇴근 무렵 역장은 수고했다면 빵을 사준다고 했다....... 일단 나에게 삼천원을 준 뒤..... 지하상가의 빵집에 전화를 걸어서 빵집사장에게 공익을 보낼테니 빵 삼천원어치만 적당히 많이 보내달라고 했다........ 이건 완전히 천원 준 뒤에 컵라면이랑 담배 한 보루랑 음료수 1.5리터짜리 사오라는 소리랑 같은 거다........ 괜히 빵을 적게 줬다간 빵집사장이 역장에게 밉보이면 알게 모르게 피해가 크다........ 당연히 사장은 빵 한 봉지 가득 줬고 들고간 삼천원은 받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역장한테 세일하는 날에는 단속 좀 하지 말아달라고 전해달란다........ 빵을 역무실로 가져가니 역장은 실실 쪼개며 빵집사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뭐 이런걸 다. 이거 뇌물 아니지?' 이런 식으로 말했다......... 아무튼 빵은 맛있게 먹었다........ 역무실에 있는데 어떤 노인이 들어 오더니 대뜸 역장을 찾는다....... 부역장님이 가서 어떤 일로 오셨느냐고 물으니 노인은 먼지를 뭍힌 손을 들어보이며 역의 청소상태가 엉망이라고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한참을 혼자서 신나게 떠들다가 갔다....... 한 달에 한 두 번씩 오는 노인이란다........ 늙어서 할 짓없으니깐 여기 찾아와서 꼬장부리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았나 보다........ 휠체어리프트를 작동시키고 있는데 비디오카메라를 든 여자 두 명이 나와 장애인을 찍고 있는 것이다........ 일단은 가만히 있었고 다 올라와서 그 여자들에게 뭐하는 거냐고 물었다...... 자기네들은 방송대학사람이고 그 장애인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고 했다....... 불쾌하다....... 촬영할꺼면 촬영 전에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찍어야지 대뜸 카메라부터 들이대다니....... 그리고 역 안에서 촬영하는 것은 지하철 홍보실에 허가를 받고 찍어야만 한다...... 허가 받았냐고 물어보니 아예 허가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타일러서 보냈는데 기분이 찝찝하다........ 얼마 후 나는 학생들이 만든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이름과 개성이 없는 공익A로 나오겠지....... 당직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뻑뻑하고 충혈된 눈을 비비고 하품을 쩍쩍하면서 러쉬아워 집중승강장근무를 하고 있었다......... 역장이 잠시 뒤에 교대하러 왔다....... 역장은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정복을 입고 러쉬아워 집중승강장근무를 한다...... 역장은 내가 서 있던 위치를 보더니 나에게 말했다...... "다음에 러쉬근무할 땐 여기에 서있지마. 머리 위에 저 자동안내게시기에서 전자파가 엄청 나온다고."......... 어쩐지 러쉬근무를 마치면 머리가 엄청 아프더라........ 아침에 퇴근 후 사복으로 갈아입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데 열차 안에 질서안내 할아버지가 같이 타는 것이다...... 질서안내 할아버지는 열차를 타더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선반 위에 있던 지하철 무가지들을 모으고 다녔다........ 가끔 안보인다고 했더니 이렇게 열차타고 돌아다니면서 신문지를 모으고 다녔던 것이다........ 원래 질서안내 할아버지들이 농땡이 잘 부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정도가 심하다........ 지난 번에 취객한테 얼굴 맞고 합의금으로 300 받았던 후임........ 이번에 로또 3등 터져서 상금으로 300 또 받았단다....... 아이고 배야.......... 후임이 말하길 평생 쓸 운을 다 쓴것 같단다.......... ![]() 모처럼의 주간근무인데 낮술 마시고 헤롱헤롱거리면서 돌아다니는 승객이 참 많다...... 낮술 먹고 취한 인간은 역시 밤술보다 더 정신을 못 차린다....... 절뚝거리는 장애인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계단 내려가는 걸 보고 누가 신고했다..... 계단에서 자꾸 넘어지려는거 옆에 다가가서 부축해주고 승강장에 새웠다..... 역시 장애인답게 술에 취하자 "나 원래 병신이라 이래."등의 너절한 신세한탄만 늘어놓았다........ 열차가 도착하자 부축해서 사람들 틈을 껴들어가 좌석에 앉히고 나는 열차 출입문이 닫힐까봐 얼른 밖으로 튀어나왔다........ 잠시 뒤에 휠체어리프트를 보고 올라가려는데 어디서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술 취한 아저씨가 승객 아무나 붙잡고 욕하고 있었다....... 일단 아무렇지 않게 끌고 가서 어디갈거냐고 물어봤다..... 아저씨는 대답 안하고 휘청휘청거리더니 뒤로 그대로 쓰러졌다....... 일으켜 세우고 승강장에 데려가 안전난간에 기대게 했다........ 아저씨는 열차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 옆에서 나를 툭툭 치며 궁시렁거렸다...... 열차에 부축해서 태웠는데 아저씨는 열차가 출발하자 자리에 앉아있던 여학생들 쪽으로 쓰러졌다......... 아무래도 일부러 그런 것 같다......... 오늘 유모차 계단 위로 올려주는 것만 5~6번 한 것 같다........... 그냥 옆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부탁해도 될텐데 꼭 공익들 호출해서 들어달란다........ 교회에서 이번에도 또 교회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찍힌 우산을 제작해서 기증했다........ 역장은 좋아라고 받았고 물론 그걸 교회에서 역무실로 옮기는 일은 내가 했다.......... 긴 우산 100개........ 50kg짜리 박스 2개를 손수레에 실어서 교회에서 역무실까지 옮겼다........ 허리 아프다...... 이게 과연 3개월 남은 말년이란 말인가...... 월말이라서 이것저것 장부대로 정리할게 많았다....... 그 중에 하나가 한 달동안 모인 동전 수 천개를 은행에 입금하기 위해 종류별로 분류해서 갯수를 새는 것이다....... 물론 동전계수기계가 있어서 계수는 빠르게 하지만 동전 양과 무게가 장난아니다....... 동전 바닥에 흘리면 줍느라고 쭈그려 앉아서 찾고 기계사이에 동전이 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대략 40분 정도 걸렸는데 동전계수를 다 마치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역무실 분위기가 좀 껄끄럽다...... 인사이동 문제도 있고 직원들들끼리도 서로 다툰다....... 덕분에 역무실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그 틈에 낀 나만 피곤하다...... 여태까지 나랑 같이 일하다가 다른 역으로 발령나거나 다른 반으로 옮긴 직원이 여럿이다........... 이번 인사이동이 끝나면 내가 처음 역에 들어왔을 때의 있던 직원멤버들은 다 다른 역으로 가버린 게 된다..... 정들라치면 떠난다......... 그래도 우리역이 무척 힘든 곳이라서 다른 역으로 발령받는 직원들은 너무 기뻐 입꼬리가 귀밑까지 찢어져서 씰쭉씰쭉 웃으며 다닌다......... 나도 좀 편한 다른 역으로 발령 받아서 남은 3개월 여생을 편히 보내고 싶다....... 지난 역무일지에서 언급했던 취객한테 얼굴 한 방 맞았다던 그 후임...... 오늘 퇴근 전 근무교대 때 어떻게 되었나고 물어보니 합의금으로 300 받았다고 한다....... 좀 배아프다........ 이렇게 하루 보내기가 힘들다니.......... 집에 들어오니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내일은 무슨 판타스틱한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을 품으며 이만 자련다.......
|
메모....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이글루 링크
天體觀測
머나먼정글 잡설록 본격 구우사마 팬블로그 人生無쌍 멩넷-[http://Meang.n.. 난장로그 무규칙 이종블로그. ROAD TO NEET 공복의 집 Dasein-Scary freak 스미스총수의 솔로쉽 →도련님의 한적한 성。 PMZ ▒ GoM ← 군대감 ▒ mixedmedia. 달리기 모형수산시장 METAL SQUAD ⌒ㅠ⌒v 케자 2Xero : 십덕조류 이글루 파인더
|